뮤지컬 ‘마틸다(Matilda the Musical)’는 어린이용 뮤지컬이면서도 어른들에게도 통렬한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입니다. 로알드 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뮤지컬은, 지혜롭고 용감한 소녀 마틸다가 세상의 부조리와 억압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통해 정의와 저항, 상상력의 힘을 이야기합니다. 초연 이후 전 세계에서 공연되며 수많은 관객의 심금을 울린 이 작품은 "어른이 꼭 봐야 할 어린이 뮤지컬"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원작을 넘어선 감동 – 마틸다의 역사와 제작 배경
뮤지컬 ‘마틸다’는 1988년 발표된 로알드 달(Roald Dahl)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로알드 달은 유머와 풍자, 따뜻한 정의감이 녹아든 아동문학으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찰리와 초콜릿 공장’, ‘제임스와 거대한 복숭아’, ‘BFG’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긴 작가입니다.
‘마틸다’는 그중에서도 지적이고 정의감 넘치는 여자아이를 중심에 둔 이야기로, 기존의 동화 문법에서 벗어난 독특한 서사를 지녔습니다. 단순히 기발한 설정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와 어른의 권력 구조, 억압적인 사회 시스템을 풍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성인 독자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뮤지컬로의 전환은 2010년, 영국의 왕립셰익스피어극단(RSC)이 주도하며 시작되었습니다. 대본은 극작가 데니스 켈리(Dennis Kelly)가, 음악은 뮤지션이자 희극인인 팀 민친(Tim Minchin)이 맡아 독특한 유머와 위트를 가진 넘버로 극을 채워넣었습니다.
뮤지컬 ‘마틸다’는 초연 직후부터 찬사를 받았고, 2011년 런던 웨스트엔드에 정식 입성한 후, 2013년에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웨스트엔드에서만 10년 넘게 롱런하며, 올리비에 어워드 7관왕, 토니 어워드 5관왕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수많은 나라에서 라이선스 공연으로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도 2018년부터 라이선스 공연이 시작되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으며, 2022년에는 넷플릭스에서 영화 뮤지컬 버전이 공개되어 다시 한번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작고 똑똑한 소녀의 정의로운 반란 – 줄거리 자세히 보기
‘마틸다’는 보통의 아이들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을 지닌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마틸다 웜우드는 아주 어린 나이에 책을 읽고, 수학을 척척 해내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부모는 그런 마틸다를 인정하기는커녕 무시하고 차갑게 대합니다.
마틸다의 아버지는 사기꾼 중고차 딜러, 어머니는 외모와 댄스에만 집착하는 속물. 마틸다는 이런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책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나갑니다. 그녀는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가며 세상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현실의 억압에서 탈출할 수 있는 상상력과 지혜를 키워갑니다.
이윽고 학교에 들어간 마틸다는 또 하나의 ‘억압자’인 교장 미스 트런치불을 만나게 됩니다. 미스 트런치불은 과거 운동선수 출신으로,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물리적으로 체벌하고 공포로 다스리는 인물입니다. 아이들은 그녀의 말 한마디에도 벌벌 떨며, 아무도 반항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마틸다는 달랐습니다. 그녀는 미스 트런치불에게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친구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초능력(염력)을 깨닫고, 점차 능력을 조절해 트런치불에게 저항하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마틸다는 따뜻하고 정의로운 담임 선생님 미스 허니와 특별한 유대감을 쌓으며, 서로의 상처를 치유합니다.
미스 허니는 사실 트런치불에게 학대를 당한 과거를 가진 인물이며, 현재도 그녀의 억압 아래 살아가고 있습니다. 마틸다는 미스 허니의 사연을 알게 되고,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 트런치불을 몰아내고 학교에 평화를 되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결국, 트런치불은 스스로 무너지고 학교를 떠나며, 마틸다의 부모는 범죄 혐의로 인해 해외로 도망가게 됩니다. 그들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마틸다를 무관심하게 대하지만, 마틸다는 스스로 미스 허니의 딸로 입양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합니다.
어른에게 더 깊게 다가오는 감동 – 마틸다 감상평
뮤지컬 ‘마틸다’는 아이들이 주인공이지만 어른을 위한 작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작품 전반에 걸쳐 날카롭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품고 있습니다.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불의에 맞서는 용기와 정의의 실천이라는 보편적인 가치를 강조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음악의 뛰어난 완성도입니다. 팀 민친이 작곡한 넘버들은 위트 있고 창의적이며, 단순히 따라 부르기 쉬운 곡이 아닌, 가사 하나하나에 의미가 녹아 있습니다.
- Naughty: 세상이 잘못됐을 때는 가만히 있지 말고 직접 바꿔야 한다는 메시지
- When I Grow Up: 어른이 된다는 것의 기대와 불안을 담은 곡
- Revolting Children: 억압된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결의
무대 연출 역시 상상력이 가득합니다. 책장이 날아다니고, 초능력이 표현되는 장면, 무대가 책의 한 페이지처럼 열리고 닫히는 연출은 관객에게 시각적 쾌감을 안기며 마치 실제 동화 속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줍니다.
어린이 배우들의 연기력도 놀랍습니다. 특히 마틸다 역을 맡은 아역 배우들은 수많은 대사와 노래, 감정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때로는 성인 배우들보다 더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 어린 소녀의 용기 있는 외침은 오히려 어른들을 부끄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결론: 마틸다는 단지 한 소녀가 아니라, 우리 모두 안의 작은 영웅이다
뮤지컬 ‘마틸다’는 단지 ‘어린이가 주인공인 유쾌한 극’이 아닙니다. 그것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과 행동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불평등, 억압적인 권력 구조, 아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사회. ‘마틸다’는 이에 대한 유쾌하지만 강력한 반론이며, “작다고 해서 바꾸지 못하는 것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찾는다면, 깊이 있는 감동과 세련된 연출, 음악과 서사가 어우러진 뮤지컬 ‘마틸다’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당신 안의 마틸다를 다시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