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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의 역사와 줄거리 감상평 (프랑스 혁명, 타카라즈카, 오스칼)

by 리겐 2025. 5. 10.

EMK뮤지컬 컴퍼니"베르사유의 장미"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The Rose of Versailles)’는 단순한 소녀만화 원작을 넘어서, 일본 뮤지컬 역사와 대중문화의 흐름을 뒤바꿔 놓은 전설적인 작품입니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이 뮤지컬은 애절한 로맨스, 사회적 메시지, 극적인 연출을 모두 갖추고 있어 수십 년간 꾸준히 사랑받아왔습니다. 특히, 여성 배우들로만 구성된 타카라즈카 가극단을 통해 무대화되며 ‘오스칼’이라는 캐릭터는 시대를 초월한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타카라즈카와의 운명적 만남 – 베르사유의 장미의 역사

‘베르사유의 장미’는 1972년, 일본의 만화가 이케다 리요코가 발표한 만화로 시작되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무거운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와 슬프고도 고귀한 사랑을 주제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발표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만화는 출간과 동시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인기는 곧 타카라즈카 가극단에 의해 뮤지컬화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됩니다. 1974년, 타카라즈카의 ‘하나조(花組)’를 시작으로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은 당시 극단의 정체성을 완전히 뒤바꿔놓았으며, ‘베르사유의 장미’는 그 이후 무려 20회 이상의 재공연, 수십 명의 오스칼 배역을 배출해낸 대표 뮤지컬로 자리 잡았습니다.

특히 ‘오스칼’을 연기한 아라노 치에, 오오우키 카나메, 미즈호 마이 등은 팬들 사이에서 ‘레전드 오스칼’로 불리며, 시대별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타카라즈카 가극단의 전통적인 미학, 오직 여성 배우만으로 구성된 공연, 그리고 화려한 의상과 무대미술은 ‘베르사유의 장미’를 예술 그 자체로 승화시켰습니다.

프랑스 혁명 속 슬픈 장미 – 줄거리 요약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대혁명 전야의 혼란한 정치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슬픈 사랑과 정의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중심 인물은 두 명, 하나는 역사 속 실존 인물인 마리 앙투아네트, 다른 하나는 작가가 창조한 허구의 인물, 오스칼 프랑소와 드 자르제입니다.

오스칼은 남자아이를 원했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남자로 키워진 귀족의 딸로, 파리 근위대의 젊은 지휘관입니다. 용감하고 지혜로우며, 무엇보다 ‘정의’를 중시하는 성격을 지닌 그녀는 외모도, 능력도 완벽하지만, 성 정체성과 신분 사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겪습니다.

그녀의 곁에는 늘 함께하는 앙드레 그랑디에가 있습니다. 평민 출신인 그는 오스칼을 그림자처럼 따르며, 깊은 사랑을 품고 있지만 신분의 벽 때문에 쉽게 고백하지 못합니다. 그들의 관계는 말없이 깊어가지만, 오스칼은 우연히 만난 스웨덴 귀족 페르젠 백작에게 매혹되고, 앙드레는 마음의 고통을 안고 묵묵히 그녀를 지켜봅니다.

한편,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사치와 낭비, 정치적 무능으로 점점 민중의 분노를 사게 되고, 결국 프랑스는 1789년 대혁명으로 치닫게 됩니다. 이 대격변 속에서 오스칼은 자신이 지켜왔던 귀족의 세계를 뒤로 하고 민중의 편에 서기로 결심합니다.

결국, 바스티유 감옥을 공격하는 민중의 혁명 속에서 오스칼과 앙드레는 마지막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만,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 또한 결국 단두대에 오르게 되며, 이야기는 프랑스 역사 속에 사라진 이들의 삶과 사랑을 조용히 마무리합니다.

눈부시도록 찬란하고 눈물 나게 아름다운 무대 – 감상 후기

‘베르사유의 장미’를 관람하는 순간, 관객은 단순한 연극이나 뮤지컬을 넘어 하나의 예술 작품을 경험하게 됩니다. 특히 타카라즈카 특유의 연출력은 화려하면서도 정제되어 있어, 한 장면 한 장면이 명화처럼 느껴집니다.

오스칼은 여성 배우가 연기하는 남장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누구보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무대를 장악합니다. 그녀가 군복을 입고 명령을 내리는 장면, 혹은 조용히 사랑을 고백받는 장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복합적인 감정은 여성 서사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앙드레의 캐릭터 역시 단순한 조연이 아닙니다. 그는 오스칼을 위해 살아가며, 오스칼이 아닌 사람은 볼 수 없는 순애보를 가슴 깊이 담고 있는 인물입니다. 두 사람의 대사 한 마디, 시선 하나에도 눈물이 맺히는 이유는 바로 이 진심 때문입니다.

또한, 극 중 넘버는 대사가 아닌 ‘마음’을 노래합니다. 대표곡인 ‘운명의 장미’, ‘그대 곁이라면’ 등은 오스칼과 앙드레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의 감정을 파도처럼 흔듭니다.

무대의 시각적 요소도 놀랍습니다. 베르사유 궁전을 재현한 세트, 수십 벌의 귀족 드레스와 군복, 대규모 군무와 화려한 피날레 퍼레이드는 마치 시네마틱한 오페라를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수십 명의 배우들이 동시에 움직이는 장면은 오직 타카라즈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장관입니다.

결론: 영원히 시들지 않는 장미 한 송이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단순한 고전이 아닙니다. 이는 지금 이 시대에도 충분히 울림을 주는 이야기이며, 진실한 감정과 고뇌, 그리고 자유와 정의에 대한 투쟁을 그린 위대한 서사시입니다.

오스칼은 자유를 위해 귀족의 삶을 버렸고, 앙드레는 사랑을 위해 목숨을 바쳤으며, 마리 앙투아네트는 화려한 몰락 속에서 인간적인 후회를 안고 사라졌습니다. 이 세 명의 인물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살아갔지만, 결국 한 시대의 역사와 감정을 대표하는 존재로 남았습니다.

‘베르사유의 장미’를 본 관객은 단지 한 편의 뮤지컬을 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리고 무대가 끝난 후에도, 오스칼이 남긴 그 정의와 사랑의 흔적은 장미처럼 기억 속에서 시들지 않고 피어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