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프랑켄슈타인(Frankenstein)’은 고전을 원작으로 한 한국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입니다. 영국의 소설가 메리 셸리(Mary Shelley)의 동명 소설을 모티브로 하여 2014년 대한민국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으며,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드물게 완성도와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깊이 있는 서사, 강렬한 무대,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물음까지, 단순한 공포나 판타지를 넘어선 예술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고전에서 창작 뮤지컬로 – 프랑켄슈타인의 역사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에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 『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를 원작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인간이 신의 영역을 넘보았을 때 벌어지는 비극을 다루며, ‘괴물’보다는 창조자와 피조물의 심리와 책임을 중심으로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고전을 바탕으로 2014년 대한민국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한국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초연되었습니다.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작곡, 그리고 뮤지컬 배우 유준상, 박은태, 한지상 등의 출연으로 큰 화제를 모았으며, 초연 이후에도 매 시즌마다 높은 예매율과 화제성을 기록하며 대한민국 창작뮤지컬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작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이 작품은 서양 고전을 한국적 감성과 무대미학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극찬을 받았으며, 이후 일본 등 해외에서도 라이선스 공연이 이루어졌을 정도로 그 작품성과 완성도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인간이 만든 괴물인가, 괴물이 된 인간인가 – 줄거리 요약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19세기 초 유럽을 배경으로, 의학과 과학, 그리고 생명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중심에 둡니다. 주인공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어릴 적 어머니를 잃은 후, 죽음을 극복하고자 의학과 생명공학에 몰두합니다.
이후 그는 오랜 연구 끝에 죽은 사람의 몸을 이어 붙여 새로운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름다운 생명이 아닌, 괴기스러운 외형의 존재로 태어나고,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이 존재를 두려워한 나머지 버려버립니다.
버려진 괴물은 세상으로 나와 사람들로부터 혐오와 폭력을 당하고, 결국 살기 위한 분노로 사람들을 해치며 복수심에 불타는 괴물로 변해갑니다. 그는 결국 프랑켄슈타인을 찾아가 자신의 고통을 이해해달라며 그에게 맞섭니다.
뮤지컬에서는 이러한 줄거리를 중심으로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자크)의 이중 서사를 다루며, 각자의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합니다. 두 인물은 적이자 같은 존재이며, ‘인간이 괴물을 만든 것인지, 괴물이 인간을 괴물로 만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작품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감정의 끝까지 몰아가는 무대 – 감상 후기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관객을 단순히 감상자가 아닌 심판자이자 공감자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음악과 무대, 연기의 삼위일체입니다.
이성준 작곡가의 넘버는 극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반영합니다. 특히 ‘난 괴물’, ‘그날에 일어날 일’, ‘혼잣말’ 등의 넘버는 배우들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감정 표현으로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합니다. 이러한 넘버들은 단순한 뮤지컬 곡을 넘어 하나의 클래식 오페라처럼 느껴지며, 무대 위에서 음악이 감정의 대사로 다가옵니다.
무대 연출 역시 극찬받을 만합니다. 거대한 실험실 세트,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 아름답지만 위태로운 배경 전환 등은 고딕적인 분위기를 나타내며, 시각적으로도 완성도를 높입니다. 괴물이 창조되는 장면은 특히 전율을 일으키는 연출로 손꼽히며, 관객에게 “과연 우리가 이걸 원했던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무엇보다 두 주인공의 이중 캐스팅은 뮤지컬 팬들에게 큰 매력입니다. 프랑켄슈타인과 괴물 자크를 연기하는 배우들은 한 작품에서 극과 극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며, 이는 한국 뮤지컬 배우들의 역량을 증명하는 장이 되기도 합니다.
결론: 괴물은 무대 위가 아니라 인간 안에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단순한 고전 각색을 넘어선 예술적 성취를 이룬 작품입니다. 탄탄한 서사와 아름다운 음악, 강렬한 메시지를 갖춘 이 작품은 한 편의 뮤지컬이 관객에게 삶과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선택, 자크의 분노, 그리고 인간 사회의 이기심은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입니다. 생명은 누가 판단하고, 누구에게 책임이 있으며, 진정한 괴물은 누구인가. 이 뮤지컬은 정답을 말해주지 않지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동시에 깊은 생각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화려한 뮤지컬을 넘어서, 깊이 있는 인간극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할 수 있는 명작입니다.